▶ Wood Studio ‘Rou’는 예술가의 내면에 쌓여있는 물건들을 하나둘 밖으로 풀어내는 곳이다. 그래서 쌓을 ‘루(壘)’의 뜻과 발음을 가져와 공방의 이름을 ‘Rou(루)’라고 지었다. 상업적 가치보다 예술가적 본능을 따라 작업하는 것을 즐기는 안문수 작가, 오늘도 ‘루’다운 작품을 쌓아가는 그의 작업실을 찾았다.

Wood Studio_Rou 안문수 대표

새롭게 판교로 자리를 옮긴 ‘루’
경기 성남 분당구 판교동에 위치한 ‘루’를 보는 순간, 널찍한 1층 작업실이 눈에 먼저 들어왔다. 잠시 카페가 아닌가 생각할 정도로 확 트인 공간이다. 특별한 간판도 없이 다소 수상한 그 곳에서, 아내는 정리를 하고 남편은 작업을 하면서 평화로운 분위기를 밖으로 내뿜고 있었다. 처음 경남 창원에서 작업실을 시작한 것이 9년 전, 내면에 쌓인 것들을 풀어서 밖으로 내다보니 어느새 작품들이 하나 둘 씩 쌓였고, 그들은 그 공간을 ‘루’라고 불렀다. 그리고 올 해 2월 ‘루’는 바로 이곳, 분당 판교동으로 자리를 옮겼다.

소반과 조명

예술가적 기질에 더 집중하다
안문수 작가가 주로 만드는 가구나 작품은 따로 정해져있지 않다. 처음엔 주문가구도 만들었지만, 요새는 누군가의 요구보다 본인이 만들고 싶은 것을 제작할 때가 더 많다. 즉흥적인 작업이 더 잘 맞는 것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처음엔 그도 공방을 만들고 나서 사람들의 요구에 따라 주문가구를 제작했었다. 일종의 의무감이 있었는데, 예술가적 기질이 다분했던 그에게 이러한 작업방식은 전혀 맞지가 않았다.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으며 흘러간 3년의 시간, 그의 아내는 힘들어하는 남편의 모습이 너무 안쓰럽게 보였다. “이제 당신이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어요”. 아내의 용기와 배려와 함께, 결국 그는 본인이 원하는 작업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
그는 오래전부터 음악과 오디오에 관심이 많았다. 만약 음악을 했더라면 악기를 만드는 사람이 됐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는 초반에 마음이 가는대로 ‘우드혼’을 많이 만들었다. 그가 이렇게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어 내면 아내는 사진을 찍고 블로그에 올렸다. 신기한 것은 오히려 이렇게 하고 싶은 것에 집중을 하니 더 많은 사람들이 그의 작품에 반응을 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그는 원목 소품이나 가구, 우드 스피커, 소반, 카누, 오디오 관련 장비 등 그때그때 좋아하는 것들을 만들면서 전시회 및 다양한 활동을 이어갔다. 요새는 목선반을 다룰 때도 있고, 우드카빙 수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우드카빙 수업은 아내의 계속된 설득 때문에 하게 됐다. 그의 아내는 많은 사람들과 그 작업의 즐거움을 함께 나누고 싶었다. 그렇게 그는 상황에 따라 목수가 되기도 하고, 목공예 작가가 되기도 하면서 여러 경계선 사이를 이동한다. 하지만 언제나 그 중심에는 예술가적 본능이 있다.

조명

열여섯부터 시작한 우드 카빙
그렇다면 이러한 본능은 언제부터 꿈틀댔던 것일까. 그는 원래 조소과를 나온 ‘미대 오빠’였다. 당연히 그 때 그는 다양한 재료를 다루면서 여러 기법을 익힐 수 있었다. 하지만 우드 카빙이나 터닝처럼 나무를 다루는 부분은 전부 독학을 해야 했다. 대학 선후배들 사이에서도 나무를 다루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목재가 아무래도 철제나 석조에 비해 변형도 많고 다소 취약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다소 꺼리는 경향이 있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는 왜 나무를 만지기 시작했을까. 그의 대답을 들어봤다. “제 성격이 나무라는 재료와 잘 맞는 것 같습니다. 제 생각을 표현하기에 나무만큼 좋은 재료가 없는 것 같아요. 보통 나무는 따뜻한 질감을 가졌고 생명을 가지고 있던 존재였기 때문에, 새로운 생명을 부여할 수 있다는 식으로 많이들 말하는데요. 전 꼭 그래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그냥 나무라는 재료가 제일 재밌는 것 같아요. 대학시절에도 저는 너무 심오하거나 철학적인 이야기를 작품에 담는 것보다 간결한 표현과 방법을 좋아했습니다. 지금도 그냥 나무로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재미있는 것을 만들고 싶어요. 놀이처럼 연구하며 작업하고 싶습니다”.

‘루’가 돌아가는 방법
앞서 말한 것처럼, 그가 무언가를 만들고 그냥 내버려 두었을 때, 그의 아내는 사진을 찍고 그 작품에서 느껴지는 이야기를 블로그에 담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 두 해가 지나고 나니, 아내는 남편이 담은 이야기를 더 잘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게 됐다. 구슬이 있어도 꿰어야 무엇이 되지 않겠는가. 구슬을 계속 만들어내는 남편 옆에는 그 구슬을 보배로 만드는 아내가 있었다. ‘루’는 그렇게 운영된다. 남편이 만들면, 아내는 그것을 세상에 내어 놓고 대신 설명한다. 마케팅은 아내의 몫이다. 
그는 작업할 때 모든 이미지와 작업 공정을 머릿속에 담는다. 그는 거의 기록을 남기지 않고 한 번에 파노라마처럼 그 공정을 펼치며 작업한다. 그러다 작업이 멈춰서면 그렇게 1~2년을 묵혀둔다. 그는 소재에 대한 관심도 다양하고 이용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자 한다. 그래서 철재를 활용할 때도 있고, 전기나 화학적인 부분을 이용하기도 한다. 당연히 수종도 잘 가리지 않는다. 물론 접근성이 편한 월넛이나 메이플을 많이 사용하지만, 그는 표현하고 싶은 나무가 눈에 보이면 그냥 그걸 활용한다. 원목 소품의 경우 밝은 것보다 어두운 색을 더 선호해서 흑단을 자주 사용한다. 그 편이 더 존재감이 드러난다고 한다. 우드카빙을 할 때는 월넛이 다소 칼 맛이 거친 부분이 있어서 조금 더 여성적인 메이플을 선호한다. 

이제 시작해! 그 말이 들릴 때
어쩌면 부부 두 사람은 참 닮아있다. 둘 다 셈에 밝지 못해서 효율적인 것보다는 재미있는 게 더 중요하다. 홍보를 위해서는 지하에 작업실이 있고, 1층에 쇼룸이 있는 게 더 좋을 수도 있겠지만, 그게 뭐가 중요하겠는가. 작가 본인이 1층에서 햇살을 맞으며 좋은 공기를 마셔야 더 재밌고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면, ‘루’는 그렇게 한다. 안문수 작가는 한 번 느낌이 오고 작업이 머릿속에서 구체화 되면 그것을 구현하는 속도가 상당히 빠른 편이라고 한다. 한 번 정리가 되면, 머릿속에서 이런 말을 한다고 한다. 이제 시작해! 라고. 오늘도 ‘루’는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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