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학기술대학교 건축학부 

고일두 교수

작년에 집을 지을 기회가 생겼다. 시골에 계신 부모님 집이 낡아 새집을 지어드리기로 했다. 아내도 건축이 전공이라 함께 구상한 집을 처음으로 지을 것을 생각하며 꿈에 부풀었다. 처음 한일은 나무로 집을 짓기로 결정한 일이었다. 그다음에는 우리가 구상한 나무집을 설계해 줄 건축가를 정한 일이었다.
다음은 집터를 잡는 일이다. 마을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선배들의 집의 위치를 보고 배우며 우리의 전통적인 집터 잡기인 풍수지리와 현대의 건축 설계 기술이 제공하는 정량적인 분석까지동원하여 최선의 위치를 건축가와 건축주가 결정했다. 여기서도 가족들 간의 약간의 이견은 있었지만 별 탈 없이 결정을 보았다.
집의 뼈대는 굵은 나무로 기둥과 보를 만들어 집을 지탱하는 중목 구조와 가는 나무로 벽면을구성하여 집을 지탱하는 경골 구조 사이에 고민했다. 처음에는 중목을 선호하였으나 에너지 문제와 공장에서 벽체를 만들고 현장에서 조립하는 패널라이징 공사 방식의 필요성 등 장단점을 고려하여 경골목구조로 결정했다. 벽체는 패시브하우스 수준의 단열과 기밀성능을 추구하였다. 그 디테일을 보면 복잡하다 두꺼운 단열재 외에도 방풍, 방습, 방수와 스터드 열교를 막아줄 추가 외단열까지, 창호는 집에서 가장 많은 냉난방 에너지를 소모하는 요소다. 마침 전통적인 미닫이 창호 방식으로 에너지 1등급 효율의 창호가 개발되었다.
패시브 벽체 관련 에피소드가 있다. 공사가 늦어져 추워지기 전 가을에 입주하기로 예정한 날짜가 100일 가량 지연되어 한겨울 설 직전에 사용승인이 났다. 설날에 보일러가 멈추었다. 다행히 낮에는 맑아 햇빛이 잘 들어왔다. 한낮의 집안 온도는 23.5도였다. 밤에는 단단히 입고 잤다.
새벽에는 방바닥이 싸늘했다. 하지만 실내 온도는 18.5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다행히 모두 추위에 떨지는 않았다고 했다.
패시브 벽체와 창호 덕분이었다. 목조 벽체 시공은 비가 오면 일할 수 없을뿐더러 목재와 보온재 등 몇몇 자재는 비에 취약하여 비를 대비하여야 한다. 내·외장 마감재로는 여러 가지 재료를썼지만 나무를 많이 사용했다. 방 하나의 내부 마감은 편백을 사용했고 2층 외장도 나무를 사용했다. 일 년이 지난 지금 약간의 탈색은 되었지만 나무 질감이 잘 살아 있다.
나무집은 겨울에 춥다. 불이 나면 잘 타서 위험하다는 등의 일반인들의 우려가 많다.
이 모두 잘못된 인식이고 나무로 집을 지으면 콘크리트와 달리 유해 성분을 품어내지 않아 개인적으로는 건강에 좋다. 에너지를 과다하게 사용하고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콘크리트와는 달리 함께 사는 지구에도 덜 해를 끼친다. 나무집을 많이 짓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정책을개발하고 충분히 홍보하여 당장의 공사비에 민감한 국민들이 나무집에 많이 살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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