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 공방 이승원 대표

▶ ‘틈’이란 단어가 가지는 다양한 색깔 중에서 이승원 대표는 ‘여유’란 색깔을 택해 삶을 칠했다. 그리고 ‘무엇과 무엇 사이에 남는 공간’이란 뜻을 살려 틈을 살리는 새로운 가구를 만들었다. 

여유를 찾아 나서는 용기

평생 직장이란 말이 무색해졌다. 물론 평생 직업이란 말도 그렇다. 대기업에 들어가나 중소기업에 들어가나 생존은 치열하다. 그럴 때 여유를 찾아 나서고, 다른 길을 둘러본다는 것은 큰 용기를 요구한다. 각자의 사정은 다르겠지만, 용기를 내야 한다는 점은 모두 비슷하다. 

오늘 찾아 나선 공방의 대표도 이와 비슷한 시간을 거쳤다. 한 분야에서 20년 가까운 시간을 보냈지만, 휴식이 필요해 여유를 찾아 나섰다. 그리고 그 시간을 거쳐 새로운 길로 들어섰다. 그리고 자신만의 속도로 새로운 길에 적응중이다. 그 과정 가운데 마음속에 담긴 단어가 바로 ‘틈’이다. 그래서 그는 공방의 이름을 ‘틈공방’이라 지었다. 

월넛조명

‘틈암체어’로 금상 수상 

2017년 대한민국 목공예품대전에서 편하게 앉아 쉴 수 있는 ‘틈암체어’로 금상을 받았다. 2년 정도 준비하고 작년 3월에 오픈했으니, 비교적 빠르게 인정을 받은 셈이다. 그는 “직장생활을 오랫동안 하다가 쉼이 필요해 나무를 만졌는데, 거기서 속도와 여유를 알게 됐습니다. 작년에 부족한 실력에도 불구하고 운 좋게 상을 받았네요”라고 소감을 말했다. 그는 몇 번이고 부족하다는 말을 강조하며 계속 배워갈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벤치

틈새 공간을 활용한 ‘틈테이블’

“공방이 생긴 지 얼마 안되다 보니, 처음엔 월세라도 벌어보자는 차원으로 ‘틈테이블’을 만들게 됐습니다. ‘틈’이란 컨셉을 가지고, 침대와 벽 사이의 ‘틈새’ 공간을 활용하는 가구를 만든 것이죠”

4개월 전부터 판매를 시작했는데, 한 달에 50~60개를 만들 정도로 나름 반응이 좋았다. 이 테이블은 아주 일상적인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침대 프레임과 벽 사이의 있는 8㎝ 정도의 틈을 보다가 아이디어가 떠올라, 이 공간을 활용해 소품을 올려놓을 수 있는 테이블을 만들게 된 것이다. 제작도 그렇게 힘든 편이 아니었는데, 만들고 보니 대중의 필요를 잘 파악한 제품이었다. 가장 많은 반응은 “이런 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드디어 만들어 주셨네요”였다. 구매하는 고객의 대부분은 젊은 층이었는데, 특히 혼자 사는 싱글들이 좋아했다. 그래서 나중에 두 번째 버전은 오히려 저렴하고 심플하게 만들었다. 주머니가 얇은 젊은이들이다 보니 깊은 나무의 특성 보다는 나무의 향과 질감을 느낄 수 있는 싼 제품을 원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집성목을 이용해 단가를 낮추고 더 쉽게 만들었는데, 그쪽이 오히려 인기가 더 많아졌다. 첫 버전은 원목의 느낌을 더 즐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여러 가지 변형된 버전으로 확장중이다.  

좌식테이블

디자인과 아이디어로 승부

“다양한 형태의 공방이 있을 수 있는데 공방장이 추구하는 점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아요. 저는 오히려 제작할 때 기계의 힘을 더 빌리고, 원초적으로 디자인과 아이디어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려 합니다” 

그는 수작업의 의존도를 최소화 시키려 한다. 취미로 목공을 할 때는 손으로 느끼며 하는 게 좋은데, 살아남으려면 손보다 기계를 더 많이 사용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1인 공방의 특성상 디자인과 제작부터 마케팅, 홍보까지 다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 교육문의가 들어오고 있지만 본인 스스로가 준비될 때까지는 계속 고사할 생각이다. 그는 “운영을 위해서라면 무리해서라도 교육을 할 수 있겠지만, 10년 뒤라면 몰라도 아직은 준비가 부족한 것 같습니다. 마케팅 홍보 쪽에서 18년 정도 일하면서 느낀 거지만, 어떤 분야든 최소 10년은 넘어야 가르칠 수준이 된다고 봅니다”라고 이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하지만 목공을 배우고 싶은 사람들에게 자신이 경험했던 것들을 전해주고 싶은 마음은 계속 가지고 있다. 

피싱박스

만족해주는 고객이 있어 행복

틈공방은 최근 임대차 보호법 예외 규정 탓에 두 번째 이사를 해야만 했다. 법에 따르면 5년을 보호받을 수 있지만, 집을 허물게 되는 경우는 예외라고 한다. 이사비 조차 지불 안 하는 건물주가 내민 조건은 계약 기간인 올 해 3월까지 월세 없이 있으라는 것이었지만, 어차피 해야 할 거 빨리 하자는 마음으로 공방 자리를 알아 봤다. 1층을 원했지만 월세 때문에 좌절하고, 비교적 괜찮은 곳으로 이사를 오게 됐지만, 한 번 이사를 하면서 거의 3~4개월을 또 빼앗겼다. 

그래도 행복할 때는 기뻐하는 구매후기들을 읽을 때와 전시 테이블 제작을 맡겼던 인근 대학생들이 만족해하며 자신의 전시회 사진을 찍어 보내줄 때다. 그는 “어쩌면 별 거 아닌데, 최선을 다해서 만든 제품에 대해 고객이 만족해하면 정말 뿌듯합니다. 뭔가 내 것을 만들고 좋은 피드백을 받아서 그런 것 같아요”라며 좋은 기억을 떠올렸다. 회사 다닐 때는 야근이 싫었는데, 그는 이제 추가주문이 들어와도 스트레스가 없다. 스스로가 나가서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 

틈암체어

수종 및 기술에 대한 배움의 자세  

최근 그는 국산 ‘다릅나무’의 매력에 빠져, 보이는 족족 목재를 사들이고 있다. 금상을 수상한 대회가 산림청 주최였는데, 조건 중의 하나가 국산 나무를 사용하는 것이었다. 국산 수종을 잘 사용하지 않다가 이 때 그가 찾은 나무가 ‘다릅나무’였다. 출품 전에는 이 나무를 구하기가 너무 어려워, 그는 여주까지 직접 내려가 2장을 싣고 올라와야만 했다.

그리고 ‘틈암체어’를 만들었는데, 만드는 과정 속에서 그는 이 나무에 흠뻑 빠졌다. 이런 수종에 대한 관심 외에도, 그는 마감처리나 목선반을 더 배우고 싶다. 특히 마감은 기존 물품을 잘 사용하는 기술이 필요한데, 배울 기회가 생기는 대로 더 연마할 계획이다.  

협탁

좋은 회사를 만드는 게 꿈

그의 원래 꿈은 ‘좋은 회사를 만드는 것’이었다. 본인이 꼭 사장이 아니어도 몸담은 회사가 좋은 곳이길 바랬다. 그가 꿈꿨던 회사는 복지도 중요하지만, 모든 직원들이 애정을 가질 수 있는 회사였다. 그는 “혹시 공방이 잘 되고 커져 갈 기회가 온다면, 젊은 사람들을 위한 좋은 회사를 만들고 싶습니다. 직원들이 저랑 똑같은 마진을 가져가는 한이 있더라도, 모두가 만족하는 회사를 만들고 싶습니다”라고 꿈을 밝혔다. 그가 나중에 이런 회사를 만들게 된다면, 그곳에는 분명히 행복한 ‘틈’이 있을 것이다.

 

공  방  명: 틈 

대  표  자: 이승원

품        목: 원목가구, 원목소품 

창  립  일: 2017년 3월 1일

주        소: 서울시 동대문구 왕산로 43나길 6 지층

블  로  그: blog.naver.com/nett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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