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작담 대표 김용호

▶ 좋을 호, 지을 작, 이야기 담, 그래서 호작담 이라는 상호를 짓게 된 김용호 대표. 김 대표는 일상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소재들로 이야기를 짓는 창작가이다. 그는 사람의 생각과 행동에 관심을 두고 그걸 담아 아트퍼니처를 만든다. 각 개인마다 갖고 있는 특성과 생각들을 반영해 나만의 특별한 가구들을 만든다. 호작담의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공간, 거기서 공간과 결을 같이 하는 김용호 대표를 만났다. 

이야기를 짓는 곳 
“회사 디자이너를 했었고, 그만둔 후에는 글 쓰고 사진 찍고 하며 독립 출판을 했습니다. 지금은 나무도 다루고 있네요. 제가 하는 모든 행위는 결국 이야기를 짓는 것 입니다. 그래서 ‘호작담’이란 이름을 지었고, 이곳에서 창작을 하고 있습니다. 아트퍼니처를 만들고 공방의 소명인 생활가구도 만들고 있죠”.

자화상

‘1년’ 프로젝트 속에 사람을 담다 
호작담 김용호 대표는 사람의 생각과 행동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그가 만든 아트퍼니처의 주된 소재는 사람에서 시작된다. 특히 1년 동안 매달 한 작품씩 진행하는 ‘1년’ 프로젝트에는 그의 이런 관심이 잘 담겨 있다. 그는 어떻게 작품에 ‘사람’을 담아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었을까?
“12개의 작업이 모이면 1년 프로젝트가 끝납니다. 지금까지 세 달이 진행됐는데 4월의 제목은 ‘4월, 가장 잔인한 달’이었습니다. 토마스 엘리엇이 지은 유명한 시의 첫 구절이죠. 그는 왜 4월이 가장 잔인한가에 대해 시를 썼습니다. 겨울에는 망각의 눈이 대지를 덮어서 아픔이나 고통을 잊을 수 있는데, 4월이 되면 그게 씻겨 내려가서 아픔과 고통을 증명해야 하는 시간이 온다는 거죠. 그 시가 쓰인 시기가 산업혁명 때인데 그 프레임을 요즘 시대에 맞게 씌워봤습니다. 4월이 되면 꽃도 피고 각자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데 누군가는 이렇게 생각하겠죠. 난 취직도 못하고 연애도 못하고 그저 방바닥에 붙어있구나. 그런 생각을 해보니 우리에게도 4월은 잔인한 한달일 겁니다. 그래서 ‘알’ 모양의 간접 조명을 만들어서 지금은 갇혀 있지만 곧 깨어날 빛이 우리 안에 있다는 걸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1년 - 4월, 가장 잔인한 달

27살, 가장 큰 일탈의 시작 
“대학을 다니다가 휴학 후 바로 군대를 갔습니다. 그리고 제대 하자마자 쉼 없이 바로 복학을 했죠. 그리고 졸업하기 전에 취직을 했습니다. 학업에서 취업까지 사고 안치고 착실하게 살았습니다. 그러다 27살이 됐는데 그 때 디자이너 일을 하며 회사를 다니고 있었습니다. 어렸을 때 생각한 어른의 나이가 27살이었는데, 어느새 그 나이가 된 거죠. 그때는 뭔가 매일 그냥 출퇴근하고 목적 없이 사는 느낌이었습니다. 원래부터 디자인하고 만드는 걸 좋아했는데 화면에 있는 거 말고 잡히는 걸 만들고 싶었습니다. 나무, 가죽, 금속 등 단순히 만들고 싶은 걸 쭉 적어봤는데 그중에 나무의 순번이 제일 앞이었습니다. 뭔가를 실행할 때 저는 그냥 앞에 있는 걸 바로 하는 편이거든요. 그리고 어느 순간 제 일이 돼 있었습니다”.
김용호 대표는 어차피 할 거 빨리 부딪혀 보기로 했다. 같이 목공을 배운 동기들은 대부분 조금 더 배워서 공방을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하면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월세, 기계 값, 솔직히 지금도 두렵다. 김용호 대표는 “저도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지 모르겠습니다. 돈도 잘 안 쓰고 모험심도 없는데 공방을 차린 건 정말 내 인생 가장 큰 일탈입니다”라고 고백했다. 시작하기 전에 수많은 고민의 시간을 보냈고 심지어 계약 전날까지도 그냥 다 접고 취직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결국 그는 ‘사고’를 쳤다.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길, 하지만 3개월이 지난 지금 주변의 도움으로 생각보다 빨리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1년 - 7월, 장마

‘딴 짓’을 하며 아이디어를 얻다
그는 아직 목공 경력이 길지 않아 같이 한다는 마음으로 교육을 한다. 가르치면서 한 번 더 배우고 수강생이 모르는 걸 물어보면 공부해서 가르쳐 주기도 한다. 그는 연차가 적은 것에 대해 부족함을 인정하고 같이 만들어가는 자세로 교육에 임한다. 작품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는 “보는 사람이 항상 개입되기 때문에 열려 있지 않아도 더 열고 인정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는 작품에 필요한 아이디어를 일상 속에서 얻는다. 특히 ‘잡생각’이나 ‘딴 짓’을 많이 하는데 책도 쓰다 보니 그걸 잘 기록해 둔다. 공방 일기나 블로그 속에 담긴 이런 생각들은 나중에 좋은 소재가 된다. 그는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여러 예술 분야의 창작가들과 만나는데 이 역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훌륭한 시간이다. 그는 이렇게 ‘딴 짓’을 하며 아이디어를 얻고, 기본적으로 자신의 낮음을 받아들이며 이를 발전의 기회로 삼는다.

고방 소파 테이블

‘아빠와 나’ 그리고 ‘7월(장마)’
“제가 만든 책 중에 ‘아빠와 나’란 책이 있습니다. 그 책 표지에 있는 그림을 나무로 깎아 만들었고 그림도 그렸죠. 나무로 만든 게 아빠고 그림 속에 있는 게 아들입니다. 정면에서 보면 둘 다 같은 곳을 보고 있는데 옆에서 보면 다른 차원이란 걸 알게 됩니다. 사실 이건 제 이야기인데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셨거든요.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지만 다른 차원에 있다는 걸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이 작품으로 전시를 했었는데 이 이야기 자체를 좋아하는 분들도 계셨고 자신의 이야기를 대입시켜서 감상하시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본인의 아빠를 떠올리면서 말이죠”.
그는 이렇게 일상 속에서 공감을 얻을 만한 소재로 이야기를 만든다. ‘1년’ 시리즈 중 7월(장마) 역시 이와 비슷한 통찰이 담겨 있다. 1년의 반을 지나는 시기, 어두운 하늘 색 그리고 우울하고 지쳐있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이를 티 테이블 의자 세트로 표현했다. 의자의 상판은 조각도로 파서 비가 오는 파장을 표현했고, 테이블은 사람이 쪼그려 앉아있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마치 한 남자가 비를 피하는 것을 포기한 채 그대로 주저 않아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의자의 오른쪽에만 팔걸이가 있는데, 의자에 앉은 사람은 자연스럽게 왼 쪽 손을 앞으로 내밀게 된다. 이는 마치 주저앉아 있는 사람에게 손을 내미는 모습처럼 보인다. 이렇게 사람이 여기에 앉음으로써 이 작품은 완성된다. 그는 이렇게 인간의 감정과 행동을 글, 그림, 나무 등을 접목해 누구나 공감할만한 이야기로 표현한다.  

소형 그릇장

다양한 창작활동이 계속 되길 
그는 이곳이 기술만 행하는 곳이 되길 바라지 않는다. 그래서 글쓰기 모임도 계획하고, 함께 영화 보는 것도 할 생각이다. 그는 ‘호작담’이 좀 더 열려 있고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재밌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 그리고 자신도 이 공간을 닮아 기술자 보다는 창작자로 남고 싶다. 나이가 들면서 꼰대가 되지 않고 좀 더 낮은 곳에서 열어 놓고 들으며 또 그에 맞게 행동하고 싶다. ‘호작담’이 지금처럼 공감할만한 이야기를 지어 간다면 그가 써 내려가고자 하는 이야기도 그의 바람처럼 흘러가지 않을까. 

호작담 

대       표: 김용호 
품       목: 아트퍼니처, 생활 가구 및 소품, 목공교육   
창  립  일: 2018년 3월 15일  
주       소: 인천 부평구 신트리로 68-12 지하1층  
홈페이지: hojakd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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