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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재 선입견 버리고 다른 건축 소재와 동일하게 바라봐야”

기사승인 [0호] 2019.09.30  16:4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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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국보 국립산림과학원 목재이용연구부 목재공학연구과장

[한국목재신문=김현우 기자] "목재라는 재료에 대한 불신이 가장 큰 문제다."

심국보 국립산림과학원 과장은 국내 목조건축물 규제 이전에 국민들 사이에 퍼진 목재에 대한 불신감이 목조건축물 활성화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목조건축물은 높이 18m 이하, 면적 6000㎡이하의 건물만 짓도록 돼 있다. 이를 두고 심 과장은 높이에 대한 제한은 목재는 철처럼 길게 가공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으로, 면적에 대한 제한은 목재의 내구성이 콘크리트기반 구조물보다 약하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심 과장은 “‘나무는 불이 붙는 가연성 재료다. 그래서 목재소재는 불에 약하다’와 같은 생각들이 목재에 대한 규제성 조항이 만들어지는 근간이 되고 있다”며 “이는 목재를 다른 소재의 건축 재료들과 동등하게 보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실제 목재에 대한 불신 탓에 목재가 그 진가를 발휘하지도 못한 채 ‘목재이기 때문에 제한을 받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물론 국내법상 목조건축물에 대한 내용을 제외하고는 대놓고 목재라고 꼬집으면서 사용처에 제한을 두는 경우는 없다. 그저 ‘철도시설의 마감재는 불연재료여야 한다’는 식의 조항을 통해 목재 사용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목조건축물이 증가세에 있고, 공학목재기술의 발달로 집성재나 CLT 등 건축 재료로 쓰이는 목재에 대한 제한이 점점 없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영국처럼 목조건축물의 높이 제한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국가도 있다. 목재라서 차별받는 상황이 없는 것이다.

심 과장은 “시스템이 변하는 속도가 늦는 한국이라 할지라도 목재에 대한 규제성 조항은 현재 한계로 받아들여지는 부분을 극복해나가면서, 또 목재에 대한 연구 자료가 쌓일수록 쉽게 풀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국보 국립산림과학원 목재이용연구부 목재공학연구과장

쉽게 타는 목재?…내화성능 갖추고도 설득 어려워
이를 위해 국립산림과학원 등 목재관련 주무부처는 산림생명자원연구부 종합연구동(이하 수원 연구동)이나 산림약용자원연구부 연구동(이하 영주 연구동)의 준공을 통해 목재의 한계라고 생각했던 기준을 극복해나가고 있다. 다만 이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심 과장은 “수원 연구동이나 영주 연구동처럼 일정규모 이상의 건축물을 지을 때 현행법에서 요구하는 내화성능을 맞추는 것이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내화성능이란 어떤 소재가 불에 탔을 때 얼마나 오랫동안 구조물의 하중을 견뎌내는지에 대한 성능을 의미한다.

목재는 열에 노출됐을 때 탄화되는 시간이 수종별로 굉장히 정확하다. 예컨대, 낙엽송은 1분에 0.6㎜, 소나무는 0.65㎜가 탄화된다. 이런 목재의 특성을 이용해 구조용 집성재가 건물 하중을 버틸 수 있는 것을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수원 연구동 건축에 필요한 1시간 수준의 내화성능 실험 데이터는 많이 존재했다.

그러나 영주 연구동에 건축에 필요한 2시간 이상의 내화성능 실험 데이터는 전무했다. 이에 심 과장은 건술기술연구원 화재안전시험연구센터(이하 건기연)에 3.1m 크기의 목재 건축 자재를 들고 가 실험을 요청했다. 건축 자재 밑으로 불을 가하고, 위로 21톤(t)에 달하는 무게를 가하면서 목재 건축 자재가 2시간 동안 부러지지 않고 버티는지를 확인하는 실험이었다.

심 과장은 “21t이란 무게는 목재 건축 자재가 견딜 수 있는 이론상의 최대무게이다. 콘크리트 건축 자재를 실험할 때도 최대 무게를 가하는 것은 보기 드물다. 통상 이런 실험을 할 때는 구조물에서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수준의 무게만 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목재 건축 자재는 최대 무게를 2시간 동안 견뎌냈고, 이에 건기연 측 연구원들도 목재의 우수성을 인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실험을 통해 2시간 내화성능을 인정받았지만 여전히 어려움이 있었다. 바로 건축승인을 내주는 지자체 공무원을 설득하는 일이었다. 지자체 공무원들 대부분 목조건축물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기 때문에 이들을 설득시키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심 과장은 “그들 기준에 안전하지 않은 건축물의 건축을 승인했다가 문제가 생기면 자신들이 책임져야 하기 때문 쉽게 승인을 내주지 않았다”라며 “그 기반에는 목재에 대한 불신이 있었다”고 밝혔다.

일정 규모 이상의 목조건축물은 내화성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내화성능 입증이 안 된다면 지자체에서 건축 승인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사진=한그린 목조관 내화성능 실험 현장)

설계‧기술 데이터 있어도 건축가 무관심 속 목조건축 제자리
심 과장은 또 건축가들이 목조건축물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목구조설계 데이터가 한국건축기준센터(KBCC)에 존재하지만 이를 건축가들이 잘 모른다는 것이다.

심 과장은 “목재에 대한 기술적인 자료가 부족하거나 자원이 부족해서 목조건축물의 활성화가 어려운 것이 아니다”라며 “건축가들이 모르는 게 문제고, 지자체 공무원들이 목조건축물에 대해 검토를 하지 않는 게 문제다”라고 강조했다.

심 과장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04년부터 한국형목조건축물에 대한 개념을 세우고 건축가들에게 설계를 맡긴다고 했다. 또 한 번 설계에 참여한 건축가는 다시 부르지 않고 새로운 건축가들에게 설계를 맡긴다고 했다. 교육 목적이기 때문이다.

심 과장은 결과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얻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 번 목조건축물을 경험해본 건축가는 보통의 콘크리트건물로 설계될 건축물을 목조건축물로 설계하려는 시도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즉, 목조건축물도 콘크리트건축물과 같이 정해진 한계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심 과장은 “긍정적인 효과를 확인하고부터는 건축사들과의 자리를 더욱 자주 만들려고 하고 있다. 결국 목조건축물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건축사들에게 목조건축물 자료가 준비돼 있고. 이에 접근이 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목조건축물 한계 극복한 수원 연구동…가장 큰 난관은 건축승인이었다!
한편 심 과장은 목재건축물 활성화를 위해 끊임없이 한계에 도전한다. 지난 2016년 완공된 수원 연구동도 그 일환 중 하나다.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에 위치한 지상4층-지하1층 규모의 생명자원연구부 종합연구동은 높이 17.14m에 면적이 4552㎡으로 국내에서 면적이 가장 큰 목조건축물이다. 1시간 내화구조 성능도 갖추고 있다.

수원 연구동의 큰 특징은 목구조(기둥보구조 적용)와 콘크리트조의 하이브리드 구조다. 심 과장에 따르면 실험실의 경우 설비 기준이 까다롭고 연구기기들의 하중이 높아 콘크리트조가 적용됐으며, 국내법상 피난계단 등은 철근조로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목구조와 콘크리트조의 하이브리드 구조로 설계했다.

하이브리드 구조는 최근 18층 이상 고층목조건축을 건립하는 해외에는 흔히 적용되는 건설방식이다. 그러나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방식인데, 심 과장은 이 탓에 국내 건축가들이 건물 무게를 각 재료에 어떻게, 얼마나 나눠야할지 헤매기도 했다고 밝혔다.

“중앙현관에 들어서서 천장을 보면 집성재부에 브릿지를 넣고 철제봉을 걸어서 하이브리드로 전체 휨 하중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목재집성재부는 압축을, 철제봉은 인장을 견디게끔 한 것이다. 그런데 건축가들이 목재와 철제를 같이 쓰는 하이브리드 방식을 본 적이 없다보니 각각 부위에 얼마만큼의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힘을 배분해야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결국엔 집성재부만 하중을 견디게 하고 철제봉은 장식으로 걸어 놨다.”

수원에 위치한 국립산림과학원 생명자원연구부 종합연구동은 목구조와 콘크리트 구조가 한 구조물에 적용된 하이브리드 구조다. 연구실·회의실·로비 등의 연구공간은 목구조로, 무거운 실험기기들이 설치되는 실험공간은 콘크리트구조로 이뤄졌다.

하이브리드 구조 외에도 수원 연구동에는 특별한 점이 있다. 건물에 사용된 가장 긴 목재 기둥이 무려 16m에 달한다는 점이다. 국내 도로 사정상 12m 이상의 길이를 가진 자재의 운반이 쉽지 않다. 수원 연구동에는 16m에 달하는 기둥이 어떻게 들어가게 된 것일까.

이에 심 과장은 “건축 현장에서 12m 집성재에 4m짜리 집성재를 볼트로 접합해 16m로 길이를 늘린 것”이라며 “구조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심 과장은 기술적인 부분 외에도 사업비가 계속 늘어나는 문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지진에 대한 부분이 강조되면서 지자체는 횡 하중을 걱정했고, 이에 X-브레이싱(벽재 안에 철봉을 x로 배치해 보강하는 방법)을 추가로 적용하길 바랐다. 이 과정에서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

심 과장은 “완공 후 확인해보니 X-브레이싱이 전혀 힘을 받지 않고 있었다. 건물 자체에는 필요 없는 기술을 규정상의 이유로 하게 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당시 수원시 공무원의 승인을 받는 것이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라고 심 과장은 밝혔다.

수원 연구동은 설계 단계에서 목조건축 기술이 뛰어난 해외 국가에서 설계도를 검증받았다. 이를 토대로 건축승인을 받기위해 지자체 담당 공무원에게 갔지만 담당 공무원은 국내데이터를 요구했고, 이에 수원 연구동에 사용될 목조 건축 기술 관련 데이터를 보여주면서 설득한 후 승인을 받을 수 있었다고 심 과장은 밝혔다.

심 과장은 “이 과정을 국립산림과학원에서 했다면 수월했겠지만 건축가가 진행했기 때문에 건축물에 대한 설계승인, 시공승인이 가장 쉽지 않았다”며 “목재에 대한 불신이 기반에 깔려있던 탓이었다”라고 말했다.

이같은 과정을 거치며 수원 연구동과 영주 연구동을 성공적으로 건설한 이후에는 다행스럽게도 많은 공무원들이 목조건축물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심 과장은 말했다. 또 일부 지자체에서는 건축직 공무원을 대상으로 목조건축에 대한 설명을 요청하고 있다.

심 과장은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끊임없이 한계를 극복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hyun-wood@mediawoo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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